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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장애
이유진 전공의
 
서부신문 기사입력  2013/08/08 [12:13]

▲ 이유진 전공의
몇 년 전 유행한 드라마 ‘시크릿가든’에서 현빈이 연기했던 김주원이라는 남자주인공은 엘리베이터를 탄 후 호흡이 가빠지며 정신을 잃거나 탈의실에서 나오자마자 공황 발작을 일으키는 등 밀폐된 장소를 두려워하며 그러한 장소를 회피한다. 이는 폐쇄공포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불안장애의 한 부분이다. 최근의 통계에 의하면 세계 인구의 약 16.6%가 불안증으로 고통 받은 적이 있다고 하니 불안장애가 단순히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드문 질환은 아니라는 것이다.
‘불안’은 누구나 한번쯤 경험했을 정도로 일반적인 감정이다. 예를 들면, 학창시절 “쪽지시험을 보겠다”고 갑작스럽게 선생님이 이야기했을 때를 떠올려보면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불안장애(Anxiey disorder)는 과도하고 병적인 불안이 특징으로, 평화로운 마음을 해치고 정상적인 기능을 훼손시키며 삶을 방해한다. 감염에 대한 공포를 없애기 위해 하루 몇 번씩 뜨거운 물로 손을 씻는 사람,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숨이 멎을 것만 같은 발작 증상으로 집 밖을 나서지 못하는 사람 등 이 ‘불안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의 한 예이다.
경쟁과 갈등의 심화, 불투명한 미래는 현대인의 불안증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으며, 이는 우울증, 알코올 중독과 같은 또다른 합병증을 불러오거나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점점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정서적 불안을 야기하는 불안 장애에는 범불안장애, 특정공포증, 사회공포증, 공황장애 그리고 강박장애가 있다. 범불안장애는 가장 흔히 나타나는 질환으로, 삶의 여러 부분에 대해 지나친 걱정을 하는 상태를 말한다. 그 걱정은 통제하기가 매우 어려워 중단하기 어렵고 만성적으로 지속되며, 이로 인해 신체적, 심리적 긴장이나 예민함, 초조감 등이 나타나고 이러한 과도한 긴장으로 인해 가슴답답함, 피로, 두통, 소화장애, 집중력장애, 수면장애 등의 신체 증상까지 동반 되면서 본인의 업무, 대인관계 등에 지장을 주게 된다.
특정공포증은 특정 대상이나 상황에 대해 국한되어 발생하는 공포를 특징으로 하며, 이러한 공포는 지나치거나 비합리적이고, 지속적인 두려움으로 나타난다. 자신이 무서워하는 대상이나 상황을 최대한 피하려 하며, 공포자극에 노출되면 예외 없이 즉각적인 불안 반응이 유발되고, 심하면 공황발작의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공포자극은 동물이나 곤충, 높은 장소, 물, 혈액, 주사, 밀폐된 장소 등 다양하다.
사회공포증은 대중 앞에서 굴욕이나 창피를 당하게 되는 것에 대해 지나친 두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다양한 사회적 상황을 회피하게 되고 이로 인해 사회적 기능이 저하된다. 예를 들면 많은 사람 앞에서 이야기할 때, 대중 화장실에서 소변을 볼 때, 그리고 이성에게 만남을 신청할 때에 심한 불안감을 경험하게 되고 일부 환자에게서는 공황발작이 나타날 수 있다.
최근 연예계를 통해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공황장애는 특별한 이유 없이 곧 죽음이 임박할 것 같은 극심한 불안감을 느끼는 것이다. 특히 공황장애의 주요한 특징인 공황발작은 호흡이 곤란할 정도로 숨이 막히고 심장이 뛰는 증상이며, 이와 함께 두통, 현기증, 어지러움이나 실신, 마비 등의 증상도 나타난다.
강박장애는 반복적이고 원하지 않는 강박적 사고와 강박적 행동을 특징으로 하는 정신질환이다. 잦은 손 씻기, 숫자 세기, 확인하기, 청소하기 등과 같은 행동을 반복적으로 함으로써 강박적 사고를 막거나 그 생각을 머리에서 지우려고 하나, 이런 행동은 일시적인 편안함을 제공할 뿐 결과적으로 불안을 증가시킨다. 강박장애 환자들은 종종 순서나 규칙성에 사로 잡혀 있는 경우가 많고, 불필요한 물건들을 버리지 못하고 쌓아 놓는 경우가 흔하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불안 증세들을 심계(心悸), 정충(怔忡), 초려(焦慮)의 범주로 보며, 원인을 주로 심(心)과 담(膽)의 기운이 약해서 발생하는 것으로 본다. 치료로는 침치료를 통해 긴장된 머리와 목을 중심으로 전신의 기운을 이완시키며 심담의 약해진 기운을 보충하는 온담탕(溫膽湯) 등의 처방을 증상에 맞추어 가감하여 치료한다. 체질적으로는 ‘불안정지심(不安定之心)’을 지닌 소음인과 ‘급박지심(急迫之心)’을 지닌 소양인에게서 불안증이 자주 발생하는데, 소음인의 경우에는 심리적인 불안정을 조정하는 방향으로 관리하며, 소양인의 경우에는 급격한 심리적 변화를 안정시키는 방향으로 생활과 식습관을 교정하여 불안증을 관리한다.
심리 치료 또한 불안 증세를 경감시키는 한 가지 방법이다. 불안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갖고 자신의 비합리적인 사고에 대해 그 증거를 찾아 합리적으로 생각하여 큰 재앙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으로 생각을 바꿔나가는 훈련을 하는 인지 치료, 불안을 유발하는 자극을 직접적, 반복적으로 직면하여 처음에 느꼈던 두려움을 점차 줄여나가는 행동 치료 등이 있으며, 호흡 훈련과 근육 이완훈련을 통해 불안장애에서 흔히 동반되는 과호흡과 긴장을 해소할 수 있다.
불안은 정상적인 심리 반응인 만큼 많은 경우 재발이 잘 되며 경과가 만성화되기도 한다. 따라서 개인 스스로가 적당한 휴식과 여행, 운동, 취미생활 등의 심리적 이완을 통해 불안을 조절하고 관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며, 특히 정서적 질환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 의해 발생 또는 악화 될 수 있으므로 커플이나 가족치료 등과 같이 집단 심리치료로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다.
<동서한방병원·동서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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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3/08/08 [12:13]  최종편집: ⓒ seobu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