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칼럼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백내장, 눈이 뜨겁게 익는다?
이현범 전공의
 
서부신문 기사입력  2019/03/21 [11:50]


 

살아가면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관은 눈입니다. 잠에서 깨면서부터 잠에 들 때까지 우리의 눈은 쉬지 않고 일을 합니다. 눈을 감고 단 몇 분만이라도 살아간다면, 보이던 것들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면 지극히 사소한 일상의 상당한 부분을 제한받게 됩니다. 이렇듯 건강한 눈을 가지고 ‘보는’ 것은 삶의 질과 깊은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눈은 바깥세상을 보는 통로입니다. 외부로부터 빛이 눈으로 들어와 수정체를 통과하면서 적절한 각도로 굴절이 됩니다. 굴절된 빛은 유리체를 지나 망막에 집중되어 상이 맺히고, 망막에 분포해있는 시신경을 통해 우리가 지금 눈으로 보고있는 상(象)으로 인식합니다. 이 중 수정체는 빛을 모아주는 역할을 하는데, 수정체가 두께를 조절함으로써 굴절도를 조절하여 초점의 원근을 조절합니다. 그리고 수정체의 건강상태가 우리가 바라보는 시야의 밝고 어두움, 맑고 탁함에도 영향을 주게 됩니다.
백내장은 수정체의 혼탁으로 시야를 방해 받는 질환입니다. 수정체의 노화가 주된 원인이며, 전세계 시야장애의 발생원인 중 약 51%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안과질환입니다. 국내 연령별 백내장의 발병률 연구조사에 따르면 40-49세는 11.1%, 50-59세는 35.7%, 60-69세는 71.8%, 70세 이상은 94.2%의 발병률을 보이고 있으며, 해가 거듭되면서 발병률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습니다.
시력감소, 앞이 뿌옇게 보이거나, 초점이 선명하지 않거나, 색각이 변하거나, 눈이 침침하거나, 한쪽 눈의 복시가 발생하거나, 돋보기로 보던 사람이 갑자기 가까운 글씨가 잘 보이는 등의 증상이 발생하면 백내장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갑자기 가까운 글씨가 잘 보인다고해서 시력이 좋아진 것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이는 수정체의 굴절률이 변화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므로 꼭 백내장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백내장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눈동자 내부의 혼탁한 막이 외부에서 관찰되기도 합니다. 이름은 백(白)내장이지만 발생 위치와 범위에 따라 혼탁한 막의 색깔은 푸르거나 누런색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한의학에서 백내장은 內障이라고 합니다. “눈 안의 장애물”, “혼탁한 막”이라는 의미입니다. 발병 원인으로는 腎虛, 血虛, 神勞가 있습니다. 쉽게 풀어서 설명하면 노화와 과로, 스트레스로 볼 수 있는데, 곧 몸에 火를 불러일으키는 근본 원인입니다.
조금 더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수정체는 crystalline이라는 투명하고 말랑말랑한 단백질로 구성되어있는데, 단백질의 구조가 변형되면 투명하고 말랑말랑한 형태에서 뿌옇고 단단한 형태로 변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수정체를 통해 집중되어야할 빛이 변형된 단백질에 부딪히면서 산란되고, 망막에 빛이 집중되지 못하면서 흐릿한 상이 맺히게 되는 것입니다. 수정체 내부 단백질의 변성 원인으로는 수정체의 노화가 가장 일반적이며, 그 외에도 당뇨, 눈의 염증, 흡연, 지나친 햇빛에 노출, 음주, 스테로이드제제 과다사용, 선천적인 요인 등이 있습니다.
계란후라이를 만드는 과정을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날계란을 깨어 가열된 프라이팬에 얹으면 맑고 투명한 계란의 흰자가 열을 받으면서 하얗고 불투명한 형태로 익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흔히 먹는 계란후라이는 단백질 변성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동의보감에 “眼無火不病“이라는 말이 이에 해당합니다. 한의학에서는 눈의 질환은 대부분 火로 인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노화, 과로, 스트레스가 火가 서로 무관해보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사람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몸이 허약해집니다. 진액이 고갈되면서 몸을 구성하고 있는 세포의 부피가 줄어들고, 몸은 여위게 됩니다. “기진맥진하다”, “진이 빠진다”라는 말이 그것입니다. 몸이 허약한 사람은 조금만 노동을 해도 쉽게 피로합니다. 몸이 피곤하면 외부의 자극에 취약해집니다. 젊고 건강할 때는 아무렇지도 않게 넘길 수 있던 일들이 이상하게 짜증이 나고 火가 납니다. 육체적,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쉽게 노출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상체에 火가 몰리게 되어 눈에 자극을 주게 됩니다. 눈은 앞서 말한 것처럼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일하는 기관으로서 쉬지 않고 작동하는 엔진과 같습니다. 엔진이 계속해서 작동되면 과열되는데, 눈을 많이 쓰면 뻑뻑하고 충혈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같은 원리입니다. 상체에 火가 몰린다면 눈에 가해지는 자극은 더 커지게 됩니다. 이는 비단 노년기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비록 나이가 젊더라도 몸이 허약하다면 얼마든지 이와 같은 몸 상태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나친 성생활, 장기간 과도한 스트레스에 노출되거나, 무리한 중노동을 장기간 하게 된다면 나이가 젊더라도 몸이 상하고 허약해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입니다. 백내장의 발병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는 현상은 이와 연관되어있습니다.
백내장 치료에 있어 수술이 가장 간편하고 효과적인 치료로 시행되고 있지만, 한의학적 치료 또한 적극 권장될 수 있습니다. 한약 복용과 침치료를 통해 상체와 눈에 몰려있는 열을 내려주어 백내장을 호전시킬 수 있고, 뿐만 아니라 안구충혈, 결막염, 안구건조증, 불면 등의 증상도 같이 치료할 수 있습니다.
백내장을 예방하는 방법은 두 가지 차원에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생활습관의 개선입니다. 과로와 스트레스를 피해야합니다. 아주 피할 수 없다면 적절한 스케줄관리와 취미생활 또는 운동을 통해 완급조절이 필요합니다. 음주와 흡연이 백내장의 발병률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있는 만큼 우선적으로 금주와 금연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지나친 햇빛에 노출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선글라스을 착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다른 한 가지는 대사적 차원의 관리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당뇨의 예방 또는 관리입니다. 당뇨의 합병증으로 혈관질환이 발생하는데, 특히 망막변성 등을 포함한 안질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뇨환자가 아니라면 예방이, 당뇨환자라면 반드시 혈당관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눈에 영양을 공급하거나 노화를 늦출 수 있는 당근, 시금치, 베리류 등을 적절히 섭취하는 것도 권장됩니다.
프랑스 인상파 화가 모네는 심한 백내장을 앓았는데, 발병 후에 그린 그림들을 보면 발병 전의 그림보다 색감이 붉고 경계가 모호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눈은 세상을 바라보는 창(窓)입니다. 눈의 건강이 내가 바라보는 세상을 결정합니다.
<동서한방병원·동서병원>

트위터 미투데이 페이스북 공감
기사입력: 2019/03/21 [11:50]  최종편집: ⓒ seobu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