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칼럼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안면신경마비
오서혜 전공의
 
서부신문 기사입력  2021/06/02 [10:43]

 

흔히 구안와사라고도 하는 안면 마비는 얼굴 근육을 움직이는 안면 신경의 기능에 문제가 생겨 얼굴에 마비가 발생하는 것을 말합니다. 안면 마비가 생기면 한쪽 얼굴 근육의 움직임의 정도가 감소하여 얼굴을 움직일 때 양쪽이 서로 비대칭이 됩니다. 안면 마비는 흔한 병으로 10만 명 당 8~240명의 발병률을 보이는데 일년에 전국적으로 최소한 3000명 이상이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남녀의 차이는 없고 25~30세의 비교적 젊은 사람에게 잘 발생합니다.

 

원인

안면 마비의 원인은 아직까지 분명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 감염 혹은 자가면역 과정에 의한 신경염으로 생각됩니다. 임상적으로 보면 대개 몸이 피로하거나, 스트레스를 받거나, 신경을 쓴 후, 또는 찬바람을 쏘인 후 안면 마비가 발생해 내원하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특발성 안면 마비(벨 마비)

갑자기 안면 마비가 생긴 환자의 경우, 대부분 진찰과 검사를 받아도 특별한 원인을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경우를 특발성 안면 마비 또는 벨 마비라고 합니다. 안면 마비의 원인 중 가장 흔합니다.

특정 원인이 있는 안면 마비

마비의 원인을 찾을 수 있는 경우에는 마비의 원인에 맞는 치료를 시행합니다. 램지 헌트 증후군이 있으면 대상포진 바이러스에 의해 안면의 대상포진과 함께 안면 마비가 발생합니다. 교통사고나 추락 때문에 머리가 충격을 받아 머리뼈의 골절과 더불어 안면 마비가 생기기도 합니다. 뇌졸중이나 뇌종양 같은 뇌신경 질환으로 인해 안면 마비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드물게 급성 중이염이나 만성 중이염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안면 마비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증상

뇌졸중이나 기타 중추신경계 이상으로 발생하는 마비와 벨씨 마비는 서로 다른 증상을 보입니다. 벨 마비에서는 눈과 입이 모두 마비 증상을 보이지만 뇌졸중에서는 입 주위 근육의 마비만 보일 뿐 눈이나 이마의 근육은 마비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보통 마비가 발생하기 전에 귀 뒷쪽으로 통증을 느끼는 경우가 많고 증상이 진행하면 눈이 잘 안 감겨서 세수할 때 비눗물이 들어가거나 눈물이 잘 안나고 먼지가 쉽게 들어가 눈이 따갑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가장 흔한 증상은 웃을 때 마비된 쪽의 입이 움직이지 않아 입이 반대쪽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마비된 쪽의 혀에 감각이 떨어지고 맛을 잘 느끼지 못하는 일도 자주 동반됩니다. 또 소리가 울리면서 크게 들리는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증상들은 모두 일곱 번째 뇌 신경인 안면 신경의 마비로 발생합니다.

 

진단/검사

안면 마비를 일으킨 심각한 원인이 있는지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안면 마비가 생긴 환자는 귀와 신경 기능에 대한 자세한 진찰을 받고, 이상이 있는지 확인받아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전산화단층촬영(CT)나 자기공명영상(MRI)는 필요없으나 감각신경성 난청이 동반된 경우와 최근에 안면신경마비나 외상이 있었던 경우 방사선 검사인 HRCTMRI가 필수적입니다.

완 마비인 경우 신경마비의 상태와 예후를 판정하기 위해 안면 신경의 전기 신경 검사인 신경흥분성 검사, 최대자극 검사, 신경전도 검사 등을 연속적으로 시행해야합니다. 청각기능의 검사로 순음청력검사를 시행할 수 있고, 등골반사검사, 누액분비검사, 타액분비검사 등은 국소진단을 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치료

안면 마비는 그 원인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집니다.

약물요법: 스테로이드제 및 항바이러스 제제를 사용하여 안면신경 손상 부위의 염증반응과 부종을 감소시킵니다. 가능하면 발병 후 즉시, 또는 늦어도 4일 안에 치료를 시작해야 합니다. 대상포진으로 인해 발생하는 램지 헌트 증후군의 경우, 추가로 항바이러스 약물과 진통제를 투여합니다. 초기 집중 치료를 잘 받으면 마비가 심해지는 양상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수술요법: 벨 마비 및 람세이 헌트 증후군에서 안면 마비의 정도가 급격히 나빠져서 검사 상 심한 상태가 되면 발병 후 7일 내에 외과적으로 안면 신경 감압술을 시행하는 것이 예후가 좋습니다.

얼굴의 외상이나 종양수술 후유증으로 안면 신경이 단순히 절단된 경우에는 안면 신경근육의 쇠약이 심해지기 전에 신경을 이어주면 대부분의 경우 결과가 좋아집니다. 이 때 신경과 신경의 두 끝의 거리가 먼 경우에는 신경 이식술을 이용합니다.

일반요법: 안대를 사용하여 눈을 보호하고, 물리요법으로 마비된 근육에 대하여 마사지를 한다.

한방치료: 한의학에서는 구안와사를 風邪外濕, 虛風內動, 氣血瘀阻 등으로 변증하여 치료합니다. 특히 미국에서 발표된 안면신경마비 관련 종설에도 이미 "침치료"가 관련 치료로서 지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마비 발생 후 4~7일 이내가 침치료의 골든타임입니다. 침치료는 신경을 자극하는 것과 근육 자체를 자극하는 것으로 나누어볼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한약치료, 약침, 습부항, 전침치료 등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경과/합병증

벨 마비, 즉 특발성 안면 신경마비는 약 6070%가 저절로 회복됩니다. 자연적 회복은 두 가지 경과를 취하는데, 첫째는 증상이 빨리 좋아지는 경과를 보이는 것으로, 10일 안에 증상이 호전되기 시작하고 평균 1.5개월 만에 완전히 회복됩니다. 둘째는 회복이 늦어지는 경과이며, 2개월 정도 지나야 회복의 기미를 보이고, 안면 근육 쇠약 등의 후유증이 남을 수 있습니다.

람세이 헌트증후군은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원인일 경우가 많으며, 예후는 벨 마비보다는 좋지 않습니다.

안면 마비를 치료해도 다양한 후유증이 남을 수 있습니다. 불완전하게 회복되어 마비가 남는 후유증 이외에도 마비가 회복되면서 서서히 안면 경련이 심해지는 경우도 있고, 입을 벌리면 눈이 감기는 동시 운동증’, 식사할 때 눈물이 나는 증상 등 여러 형태의 후유증이 남을 수 있습니다.

 

예후 불량인자

- 완전마비, 3주 이내에 회복이 관찰되지 않을 경우, 60세 이상, 심한 통증 동반, 미각장애 또는 타액분비 감소의 동반, 람세이헌트증후군, 당뇨병, ENoG상 심한 신경 변성 확인될 경우 : 일상 생활에 어려움을 줄 정도로 후유증이 심하다면 조심스럽게 수술이나 주사치료 등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안면 마비가 불완전하게 회복되어 얼굴이 비대칭적이고 눈을 감거나 웃을 때 얼굴 모양이 일그러진다면 성형외과적인 수술로 부분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안면 경련이 심하거나 동시 운동증으로 불편이 많으면 보툴리눔 독소주사를 이용해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안면 마비가 회복되고 오래 지나도 얼굴이 뻣뻣하거나 신경이 많이 쓰여서 몹시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신경과 혹은 정신과 의사와의 상담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동서한방병원·동서병원>

트위터 미투데이 페이스북 공감
기사입력: 2021/06/02 [10:43]  최종편집: ⓒ seobu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