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세, 장성한 두 자녀를 둔 가정 주부 A씨가 병원에 내원했습니다.
"명치에 덩어리가 진 듯 답답하고 ... 자꾸 한숨을 쉬게 되고 ... 한번씩 화가 치밀어오르는 것 같고 ... 찬 물을 들이켜봐도 입만 바짝바짝 말라요 ... 남들은 화병이라는데, 이게 화병 맞나요?"
가정주부 A씨의 증상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화병의 증상이 맞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 나라 인구 중 4.2%가 이러한 증상을 호소한다고 합니다. 화병(火病), 문자 그대로 보면 ‘불의 질환’인데, 화를 너무 많이 내서일까요? 문자와는 달리, 화병은 분노, 공격성, 증오 등의 감정을, 우리 인간관계를 위험에 빠트리지 않기 위해, 장기간 참아오는 과정 속에 발생합니다. 즉, 화를 내지 못하고 다른 많은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 너무 오랜 기간 참아 생기는 안타까운 질환지요. 많은 화병 환자분들은 평균적으로 1인당 4.3개의 화병유발원인들을 갖고 있다고 하고, 이가 장기간 지속된 경우에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 원인을 보면, △배우자와의 갈등 △시댁식구와의 갈등 △사업실패, 억울하고 부당한 재판, 거짓 비난 △가난, 고생, 재산 손실 등 경제적 요인 △자녀들의 속썩임 △오랜 지병 등이 가장 많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위의 원인들이 아니더라도, 학업 챙기랴 스펙 챙기랴 힘든 학생분들이나, 직장 상사, 후배와의 관계에서의 답답함으로 힘든 직장인분들, 가족과 함께 있어도 외롭고, 아무도 나의 노고를 알아 주지 않는 것 같은 주부님들, 노화로 인해 몸도 마음도 내 마음을 따라 주지 않는 노년기의 신사,숙녀 분들 모두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는 스트레스를 갖고 있다면 아래의 증상은 없는지 살펴보셔야겠습니다.
■ 심리증상
△화, 분노 △억울하고 분한 감정 △분노의 외적 표현 △증오심△ 한
■ 신체 증상
△속에서 치밀어 오름 △목, 가슴, 뱃속 등의 덩어리 뭉침 △답답함 △가슴 두근거림 △입 마름 △한숨 △잡념 △자꾸 하소연을 하게 됨 △화끈거리고, 더운 것을 참을 수 없음
이러한 심리증상과 신체증상들이 확인되면, 화병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증세가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분노를 느끼면서도 부분적으로 억제한 결과, 이 억제상태를 해소하려는 증세들이 함께 발생하여 화병을 이루기 때문입니다. 분노를 느끼며 화, 분노, 증오, 한 등의 감정이 나타나고, 억제한 상태를 나타내는 증세들인 치밀어 오름, 덩어리 뭉침, 답답함 등이 나타납니다. 또, 우리 몸이 억제된 상태를 해소하려고 한숨, 하소연, 뛰쳐나가고 싶은 느낌 등이 발생하게 됩니다. 화목한 가정의 분위기, 안정적인 직장생활, 미래를 위해 달려온 여태까지의 노력 등등, 우리가 소중하게 지키려 하는 것을 위해 분노를 참은 것인데.. 그럼 화병은 치료할 수 없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화병에 대한 치료는 다양한 방법이 활용되며, 한의학에서는 한약치료, 침구치료, 상담치료 등을 시행합니다. 환자분들의 증세를 살펴 변증하고, 이에 따라 알맞은 한약과 침구 치료를 행하게 됩니다. 또한 현재의 분노 이유를 밝히고, 이를 이해하며, 분노를 적절히 표현하고, 해소하는 방법에 대한 대안을 찾을 수 있는 상담치료 또한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화병이 발생하기 전, 예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주기적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취미생활, 운동하기 △편안하고 좋은 사람과 자주 만나, 감정을 환기시키고, 즐겁게 대화나누기 △불편한 감정이 들 때는 잠시, 흥분된 마음을 알아차리고, 정제된 언어로 ‘싫다’는 표현을 하기 △스트레스를 술, 담배, 카페인 등에 의지하지 않기 △생활에서 스트레스가 쌓이게 되는 원인을 찾아, 본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기
이처럼, 분노의 감정이 들 때는 그 마음을 알아차리고, 분노를 터뜨리기 보다는 ‘싫다’는 표현을 통해 불편한 상황이 이어지는 것을 중지 시키는 것이 본질적인 해결에 가까울 것입니다. 또한, 스트레스를 오랜 기간 쌓아두지 않고, 그 때 그 때 내 마음을 환기시켜야 할 것입니다. 편안함을 느끼는 공간에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시거나, 취미생활을 한다면 화병에서 점차 멀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응원하겠습니다.
<동서한방병원·동서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