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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비에 관하여
송승우 전공의
 
서부신문 기사입력  2023/05/23 [10:12]

 

변비처럼 흔하면서도 사람을 움츠러들게 하는 질환이 많지 않다. 건강한 배변 활동은 평상시에는 그 소중함을 잘 느끼지 못하면서도 막상 문제가 생겼을 때 절실해지기 마련이다.

변비는 매우 흔한 소화기 질환 가운데 하나로 유병률은 약 20%에 달한다. 길거리에서 마주친 사람들 5명 중 적어도 1명 이상은 이 말 못할 질환에 고통 받고 있을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변비는 쉽게 판별하기 힘들다는 특징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정상적인 배변 활동은 ‘1주일에 3회 이상 배변하는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항문이나 직장 등의 직접적인 손상처럼 뚜렷한 기질적인 원인에 의한 변비가 아닌 기능적인 변비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배변 시 과도한 힘주기가 배변 활동의 최소 25% 이상

딱딱한 변이 배변 활동의 최소 25% 이상

불완전 배변감이 배변 활동의 최소 25% 이상

항문 폐쇄감이 배변 활동의 최소 25% 이상

배변을 돕기 위한 도수 조작(손가락을 이용하거나 아랫배를 누르는 등)이 필요한 경우가 배변 활동의 최소 25% 이상

일주일에 3회 미만의 배변 등

6가지 기준 중에 최소한 2가지 이상을 만족하며, 하제를 사용하지 않는 한 무른 변을 보는 경우가 드물고, 과민성 대장증후군의 진단 기준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 변비라고 진단할 수 있다. 스스로 진단내리기 쉽지 않은 경우, 배변 횟수, 시간, 변의 형태나 양상 등을 주기적으로 기록한 배변 일지를 작성하면 스스로의 배변 활동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변비가 생기는 경우는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가장 먼저 식이 섬유와 수분의 섭취량이 줄어들어서 생기는 경우이다. 식이 섬유를 적게 먹으면 변의 생성량이 줄어들고, 변의 양과 배변 횟수가 줄어들 수 있다.

두번째는 음식물이 대장을 통과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이다. 음식물이 장 속에 있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수분 흡수가 늘어나 변이 단단해지고 배변 횟수가 줄어들게 된다.

마지막으로 직장이나 항문의 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이다. 이러한 경우, 변의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거나 괄약근의 이완이 잘 안 되어 배변에 고통을 느끼게 될 수 있다.

변비를 극복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1순위는 생활습관의 변화이다. 기본적인 생활습관의 개선 없이는 어떠한 치료도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없거니와, 치료가 된 이후에도 쉽게 재발하게 된다.

식이 섬유 섭취량을 늘리는 것은 스스로 실천하기 가장 쉬운 방법 중의 하나이다.

식이 섬유는 장 속에서 대장의 여러 유익균에 의해 발효되어 유익균의 성장을 유발한다. 이익균이 성장하면 변의 부피가 늘어나고, 발효된 식이섬유는 물과 이온과 결합하여 변을 부드럽게 만든다. 스스로 변비가 있다고 생각된다면, 하루 평균 20g~25g 정도 식이 섬유 섭취량을 늘리는 것이 좋다. (100g당 식이 섬유 함량 : 멥쌀 백미 6.4g, 찰옥수수 13.6g 강낭콩 24.3g 들개 28.0g 고구마줄기 65.8g 미역 90.4g)

운동량을 늘리거나 배변습관 자체를 바람직하게 잡는 것 또한 병원에 가기 전에 스스로 고려해볼만 하다. 일주일에 최소 4회 이상, 하루 최소 30분 이상 가볍게 땀이 날 정도의 운동을 하고 매일 같은 시간에 배변을 하도록 하며, 아침 식사 30분 후 또는 장의 움직임이 느껴질 때 배변을 시도하도록 한다.

생활 습관 변화만으로 호전이 없는 경우에는 주변 병원에 내원하여 약물치료를 고려해볼 수 있다. 약물은 소량에서 시작하여 부드러운 변이 나올 때까지 차츰 양을 늘려가도록 하고, 자극성 하제는 가급적 단기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변비의 치료 효과가 충분하게 나타나면 약물 사용 횟수를 차츰 줄여가다가 완전히 끊도록 한다.

<동서한방병원·동서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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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5/23 [10:12]  최종편집: ⓒ seobunews.co.kr